펭귄북스, 브랜드의 정신을 담아낸 새로운 서체 'Inclusive Sans’
펭귄북스, 브랜드의 정신을 담아낸 새로운 서체 'Inclusive Sans'
출판 브랜드로서 펭귄북스는 거의 한 세기 동안 독서의 접근성을 상징해왔습니다. 6펜스짜리 페이퍼백 시절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이 브랜드는 책을 단순한 매체를 넘어 일상의 문화로 확장시키는 데 기여해 왔죠. 그리고 그 시각적 정체성을 구성하는 중요한 축 중 하나는 ‘타이포그래피’입니다.
2024년, 펭귄북스는 브랜드의 철학과 시각 언어를 다시 정비하기 위한 여정에 나섰습니다. 바로, 브랜드 전반에 걸쳐 사용할 새로운 서체 ‘Inclusive Sans’를 만든 것이죠. 이 서체는 단순한 글자의 집합을 넘어, 펭귄이라는 브랜드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아우르는 상징이 되었습니다.
브랜드 유산과 접근성, 그 두 축 사이에서
펭귄 인클루시브 산스(Penguin Inclusive Sans)는 단순히 보기 좋은 서체로 그치지 않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포용성과 브랜드 유산이라는 두 개의 큰 축을 중심에 둡니다. Inclusive Sans는 원래 시각적 접근성을 고려하여 만들어진 서체였고, 펭귄은 이를 자신들의 브랜드 DNA에 맞게 커스터마이징했습니다.
그동안 펭귄북스는 책 커버와 마케팅 자산 전반에서 여러 서체를 혼용해 왔습니다. 이것은 자칫하면 브랜드 인식의 분열로 이어질 수 있는 부분이었습니다. 따라서 이번 서체 리디자인의 핵심 목표는 ‘일관된 시각 언어’를 통해 브랜드의 응집력을 되찾는 것이었습니다.
아카이브로 돌아가다: 역사를 기반으로 한 창조
첫 번째 단계는 펭귄의 아카이브로 돌아가는 것이었습니다. 브리스톨 기록보관소에 보관된 수많은 표본들은 단지 인쇄물이 아닌, 타이포그래피라는 언어로 쓰인 브랜드의 역사서입니다.
1930년대 길 산스(Gill Sans)에서 시작된 펭귄 타이포그래피는 시대의 흐름을 따라 그로테스크, 아방가르드, 헬베티카 등 다양한 서체를 채택해 왔습니다. 하지만 이번 작업은 과거의 복원이 아닌 ‘재해석’을 목표로 했습니다. 펭귄의 정신을 담고 있지만, 오늘날 디지털 환경과도 조화롭게 작동할 수 있는 새로운 타입을 만드는 것이었죠.
휴머니스트 감성을 더한 커스터마이징
펭귄 인클루시브 산스는 Inclusive Sans의 구조 위에 펭귄북스의 개성과 감성을 얹은 결과물입니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서체의 기본 구조를 약간의 ‘그로테스크함’에서 ‘휴머니스트적 뉘앙스’로 전환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소문자 ‘a’와 ‘g’의 둥근 형태는 친근하고 포용적인 브랜드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큰 역할을 합니다. 이 외에도 ‘k’, ‘y’ 등에서 보이는 미묘한 곡선은 서체에 생동감을 더해주며, 다소 정제된 디자인 안에서 장난기와 인간적인 정서를 표현합니다.
디자이너들은 이 서체 곳곳에 '이스터 에그' 같은 세심한 디테일을 숨겨두기도 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시각적 장식이 아니라, 관찰력 있는 독자에게 발견의 기쁨을 주는 장치이며, 그 자체로 펭귄북스의 '사려 깊은 디자인' 철학을 드러냅니다.
기술적 완성도와 응용 범위
Inclusive Sans는 단지 콘셉트에 충실한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매우 정교하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총 530개의 글리프와 600개 이상의 언어 지원, 로마체와 이탤릭체를 포함한 4가지 굵기의 스타일 세트는 펭귄이라는 글로벌 브랜드에 어울리는 스펙을 보여줍니다.
이 서체는 인쇄물, 디지털 플랫폼, 마케팅 자료 등 모든 환경에서 탁월한 가독성과 조형 균형을 제공합니다. 특히 높은 x-height와 구조적인 안정감은 작은 크기에서도 시인성을 확보하면서도, 큰 크기에서는 강한 브랜드 톤을 전달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브랜드의 목소리를 담은 서체
브랜드 폰트 디자인은 결국 ‘브랜드의 목소리를 어떻게 시각적으로 구현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입니다. Inclusive Sans는 이 질문에 대한 펭귄북스의 대답입니다.
이 서체는 단순히 브랜드를 대변하는 시각 자산이 아니라, 펭귄의 가치, 즉 포용, 창의성, 유산에 대한 존중을 동시에 담아냅니다.
때론 정제되고 절제된 어조로, 때론 장난기 넘치고 실험적인 방식으로 사용되며, 다양한 플랫폼과 매체에서 펭귄의 정체성을 명확히 드러냅니다.
마무리하며: 폰트 그 이상을 설계하다
Inclusive Sans는 펭귄북스라는 이름을 쓰는 데 있어서 시각적 정체성의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이는 단지 한 번의 리디자인이 아닌, 브랜드 철학을 이어가는 하나의 여정이자 진화입니다.
디자인이란 결국, 시각 언어를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는 일입니다. Inclusive Sans는 그 본질에 충실하면서도, 포용성과 정체성을 현대적으로 해석해낸 폰트입니다.
서체 하나로 브랜드의 과거와 미래를 동시에 말할 수 있다면, 그것은 아마도 가장 정교한 디자인의 증거일 것입니다. 펭귄북스는 그 증거를 다시 한 번 세상에 보여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