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움직이는 사진을 찍는 스티브 맥커리. 그의 사진 철학 탐구하기
마음을 움직이는 스티브 맥커리의 사진 철학
"좋은 사진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입니다." 이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사진작가가 바로 스티브 맥커리(Steve McCurry)입니다. 1984년, 내셔널지오그래픽 표지를 장식한 '아프간 소녀(Afghan Girl)'는 전 세계인의 가슴에 깊은 인상을 남겼죠. 날카로운 녹색 눈동자와 먼지 낀 붉은 머리 스카프—그 한 장의 사진에는 전쟁, 상실, 삶이 모두 응축되어 있었습니다.
그저 멋진 이미지를 찍는 기술이 아닌, '이야기를 전달하는 시선'에 가까운 스티브 맥커리의 촬영 방식은 오늘날 사진을 배우는 모든 이에게 깊은 영감을 주고 있죠.
오늘은 스티브 맥커리가 사진을 찍는 방법, 그 안에 깃든 사진 철학과 구도 원칙, 색감 사용법까지 하나하나 배워보려 합니다.
이야기의 주인공을 기다리는 인내
스티브 맥커리는 무엇보다 인간 중심의 스토리텔링을 강조합니다. 그는 풍경을 찍을 때도 그 안에 사는 사람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만들어갑니다. 현장에서 수일 혹은 수주 동안 머물며, 지역 주민들과 눈을 맞추고,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시간을 공유해요.
맥커리는 자연스러운 삶의 흐름 속에서 의미 있는 순간을 포착하는 것을 지향합니다. 그는 여러 인터뷰에서 무대화된 장면보다 '흐름 속의 진짜'를 찾는 데 큰 가치를 둔다고 밝혔죠.
그의 촬영법은 사전 조사 → 현지 관찰 → 관계 형성 → 자연스러운 상황에서의 포착이라는 서사 구조를 따릅니다. 인물 사진을 찍을 때, 그는 인위적인 포즈보다 '그 사람이 가장 그 사람답게 있을 때'를 포착합니다.
맥커리는 사진 속 인물이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을 때 가장 진솔한 장면이 나온다고 믿습니다. 이는 피사체와의 물리적 거리뿐 아니라, 관계 맺기의 태도를 반영한 결과이기도 하죠. 사진은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드러나는 것이라는 믿음 아래, 그는 기다림의 시간을 통해 인간적인 진실에 접근합니다. 이 '심리적 거리'가 그의 사진을 특별하게 만드는 핵심 중 하나죠.
색으로 전하는 감정
스티브 맥커리는 색채에 매우 예민한 작가입니다. 그는 코닥 필름의 대표 브랜드인 '코다크롬(Kodachrome)'을 30년 넘게 사용했으며, 마지막 남은 한 롤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그의 사진에서는 색이 주는 감정선이 뚜렷하게 살아있어요.
특히 빨강, 초록, 파랑 같은 원색 계열의 배색을 통해 시선을 강하게 끌어당기죠. 대표적 작품으로는 아프간 소녀의 붉은 스카프와 초록 눈동자 조합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또한 배경과 인물 사이에 색의 대비를 주어 피사체가 더 도드라지도록 연출하고 있어요. 사진을 찍을 때는 단순히 구도뿐 아니라, "색의 이야기성"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배울 필요가 있습니다.
그는 필름의 특성을 활용해 사진 속의 빛과 그림자, 옷의 질감, 사람의 표정까지 생생하게 전달합니다. 그의 사진에서 색은 단지 꾸미는 요소가 아니라 스토리를 강화하는 도구입니다. 어떤 색을 중심에 둘 것인지, 주변 배경은 어떤 색이어야 조화를 이루는지. 이 모든 것을 맥커리는 감각적으로 계산하죠.
9가지 구도 규칙: 시선의 흐름을 설계하다
스티브 맥커리는 종종 본인이 사용하는 사진 구도 9가지 원칙을 인터뷰에서 밝혔는데요, 이는 마치 시각 디자인의 레이아웃 설계처럼 치밀합니다. 대표적인 규칙은 다음과 같습니다:
- 삼등분의 법칙: 피사체를 프레임의 1/3 지점에 위치시킵니다.
- 프레임 안의 프레임: 창문, 문틀 등으로 인물을 감쌉니다.
- 리딩 라인: 길, 철도, 그림자 등으로 시선을 유도합니다.
- 대칭과 균형: 건축물이나 반사면을 활용해 조화로운 구도를 만듭니다.
- 패턴의 파괴: 반복되는 요소 속에서 이질적인 포인트를 강조합니다.
- 자연광 사용: 빛의 방향과 세기를 고려해 인물의 감정을 드러냅니다.
이 외에도 색의 반복, 깊이감 연출 등 디자인 원리와 맞닿아 있는 규칙들을 통해 시선의 흐름을 설계하듯 사진을 구성합니다. 그래서 그의 사진은 단순히 예쁘거나 인상적인 것을 넘어서, 구조적인 안정감과 집중력을 동시에 제공합니다. 보는 이의 눈을 어디로 이끌고 싶은지를 미리 설계한 다음, 그 프레임을 통해 세상을 전달하는 것이죠.
장비보다 중요한 건, 거리감
스티브 맥커리가 사용하는 카메라는 주로 니콘 DSLR이나 중형 포맷 카메라지만, 그는 인터뷰에서 장비보다 중요한 것은 피사체와의 거리감이라고 강조합니다. 그는 사진가가 피사체와의 거리에서 균형을 잘 잡아야 한다고 말하죠. 너무 멀면 감정을 놓치고, 너무 가까우면 상황을 통제하게 되기때문이라 말합니다.
그는 약간 멀찍이 떨어진 자리에서, 상대방이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을 때 가장 강한 이미지를 포착한다고 합니다. 이 '심리적 거리'는 인물 사진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이며, 피사체에 대한 존중의 표현이기도 하기 때문이죠.
그리고 맥커리는 자신이 사진을 찍을 때 '관찰자'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카메라 뒤에 숨은 존재로서, 감정을 읽고 흐름을 파악하며,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기다리는 일이야말로 사진가의 본질이라는 생각이 담겨 있습니다.
스티브 맥커리처럼 찍는 연습법
그렇다면 우리도 맥커리처럼 찍을 수 있을까요? 완전히 같을 수는 없지만, 다음의 연습 루틴은 어떨까요?
1. 한 장소에서 1시간 머물기 – 그 공간의 리듬을 익히고, 변화의 순간을 관찰하세요.
2. 사람을 기다리기 – 누군가 지나가거나 대화하는 순간을 가만히 지켜보며 타이밍을 연습합니다.
3. 컬러 배색에 집중하기 – 원색과 보색 조합을 스케치북처럼 탐색하며 색을 중심으로 사진을 구성해보세요.
4. 편집할 때 구도 복기하기 – 찍은 사진을 보며 삼등분의 법칙, 프레임 구성을 되짚어보는 것도 좋은 연습입니다.
5. 사진에 제목 붙이기 – 사진을 찍은 후 제목을 지어보는 연습은 이야기를 담는 감각을 기르는 데 도움을 줍니다.
이러한 연습은 단지 기술을 익히는 것이 아니라, 시선을 훈련하는 과정입니다. 사진은 기술 이전에 관찰의 예술이기 때문이죠. 매일 찍는 사진 속에 나만의 질문을 담고,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바로 좋은 사진을 만드는 힘이 되지 않을까요.
마무리하며: 사진은 '느낌' 이전에 '이해'입니다
스티브 맥커리의 사진을 좋아한다면, 단지 그가 만든 이미지를 흉내내는 데서 그칠 것이 아니라 그가 왜 그렇게 찍었는가를 이해하는 것이 우선이에요. 그의 사진에는 '사람에 대한 존중', '시간의 밀도', '문화에 대한 관찰'이 깃들어 있죠.
그는 사진가이면서 동시에 이야기꾼이며, 철학자입니다. 맥커리는 렌즈를 통해 세계를 해석하고, 한 장의 이미지에 삶의 본질을 담습니다.
나도 그처럼 찍을 수 있을까? 생각해보지만 당장은 어렵겠죠. 그의 사진을 깊이 있게 바라보는 것 그리고 반복해서 연구하며, 그 철학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면 언젠가는 우리 사진에도 이야기가 담기게 되지 않을까요?
사진은 기술이 아니라 태도입니다. 스티브 맥커리처럼 찍고 싶다면, 그의 시선과 감각, 무엇보다도 사람에 대한 깊은 애정을 닮아가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