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로르카 디코시아, 현실과 허구 사이의 작품과 논란
논란의 필립 로르카 디코시아 사진작가
“누군가 당신의 얼굴을 몰래 찍어 전시했다면, 기분이 어떨까요?”
필립 로르카 디코시아(Philip-Lorca diCorcia)는 바로 이런 상황을 예술로 만들어낸 사진가입니다. 그는 남성 성매매자를 촬영해 거래 금액을 작품 제목에 적었고, 거리에서 행인의 얼굴을 몰래 찍어 전시했습니다. 그 결과 그는 언제나 예술성과 논란이 맞부딪히는 한가운데 서게 되었죠.
우연처럼 보이는 치밀한 연출
1951년 코네티컷에서 태어난 디코시아는 예일대에서 MFA를 받으며 사진을 예술로 바라보는 태도를 확립했어요. 그에게 사진은 이제 단순한 기록이 아니게 된거죠. 그는 냉장고 속에 플래시를 숨기거나, 거리 모퉁이에 플래시를 설치하고 수십 장의 폴라로이드로 테스트하며, ‘즉흥처럼 보이는 장면’을 만들어 냈습니다. 관객은 그 장면을 보며 우연성을 상상하지만, 사실은 작가의 연출이 개입한 장면이었던 것이죠.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사진은 완결된 이야기가 아니라, 관객이 빈칸을 채워 넣어야 하는 불완전한 이야기다.” 이 말은 그의 작품 전체를 설명하는 핵심이기도 합니다.
Hustlers – 거래와 예술의 충돌
1990년대 초, 디코시아는 로스앤젤레스 거리에서 만난 남성 성매매자들을 촬영하며 시리즈 Hustlers를 발표했습니다. 작품 제목에는 모델의 이름, 나이, 출신지, 그리고 그에게 지급한 금액까지 명시했습니다. 그는 모델들에게 실제 금액을 지불했지만, 작품이 국립예술기금(NEA)의 지원으로 제작되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미국 사회는 발칵 뒤집혔습니다.
“세금으로 포르노를 만들었다”는 정치권의 비난과, ‘인물을 상품화했다’는 도덕적 논란이 이어졌습니다.
그러나 디코시아의 의도는 달랐습니다. 그는 사진 속에 거래의 흔적을 숨기지 않고, 오히려 노골적으로 드러내고자 했습니다. 관객은 그 사실을 보며 불편해지지만, 동시에 예술과 현실, 거래와 표현의 경계에 대해 다시 질문하게 됩니다. 바로 그 지점이 Hustlers가 단순한 논란을 넘어 예술사적 의미를 갖는 이유입니다.
- 참고링크: https://www.vice.com/en/article/richard-kern-on-philip-lorca-dicorcias-hustlers/#:~:text=To find subjects for his,to put in each setting
- 참고링크: https://www.sleek-mag.com/article/hustlers-philip-lorca-dicorcia-interview/
Heads – 초상권과 표현의 자유
1999년부터 2001년까지 그는 뉴욕 타임스퀘어에서 망원렌즈와 플래시를 설치해 행인들의 얼굴을 몰래 촬영했습니다. Heads 시리즈는 마치 영화의 클로즈업 장면처럼, 군중 속 개별 얼굴의 순간적인 표정을 포착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모델들이 자신이 촬영된 사실조차 몰랐다는 점입니다.
특히 한 장면에 찍힌 정통 유대교인 에르노 누센즈웨이그는 종교적 권리와 사생활 침해를 이유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그는 작품 판매 중단과 160만 달러의 손해배상을 요구했지만, 법원은 디코시아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판결문은 “예술적 표현의 자유는 상업적 판매와 병존할 수 있다”고 선언했습니다. 이 판례는 예술 사진의 자유를 옹호하는 중요한 선례로 남았으며, 오늘날에도 거리 사진가들이 인용하는 근거가 되고 있습니다.
- 참고링크: https://museemagazine.com/features/2019/9/23/impact-philip-lorca-dicorcia-head-on#:~:text=Andrea Blanch%3A First%2C I have,seen anything like that since
- 참고링크: https://elephant.art/philip-lorca-dicorcia/
Streetwork – 도시의 멈춤
1990년대 중반 제작된 Streetwork 시리즈는 뉴욕과 LA 거리에서 진행됐습니다. 그는 건물 외벽과 가로등에 은폐된 플래시를 설치해, 아무것도 모르는 보행자들이 특정 지점을 지날 때 셔터를 눌렀습니다.
그 결과 수많은 인파가 오가는 도심 한복판인데도, 사진 속 인물들은 마치 영화 세트 위의 배우처럼 고립되고 정지된 것처럼 보였습니다(MoMA). ‘우연을 가장한 연출’이라는 그의 방식이 극적으로 드러난 대표작이죠.
East of Eden
2008년 금융위기 직후, 그는 East of Eden 시리즈를 통해 미국 사회의 균열을 비유했습니다. 패션 화보 제작 환경을 빌려와 연출된 이 사진들은 성서적 은유와 미국적 신화를 교차시키며, 한 시대의 붕괴를 비극적 이미지로 재현했습니다.
이 작품 역시 현실을 재현하면서도 허구적 장치가 개입된, 그의 고유한 방식을 보여줍니다.
사진은 어디까지 자유로운가
필립 로르카 디코시아의 이름은 언제나 논란과 함께 불렸습니다. Hustlers는 거래와 윤리 문제를, Heads는 초상권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논란이었죠. Streetwork는 일상과 연출의 긴장을 느껴지게 했습니다. 그리고 East of Eden은 경제적 붕괴를 은유했어요. 그의 작품으로 사진이 단순 기록을 넘어선다는 사실을 다시 각인시켰습니다.
그의 작업은 불편함을 자아내지만, 바로 그 불편함이 사진의 본질적 질문을 던집니다. “사진은 단순한 기록인가? 아니면 연출된 허구인가? 그리고 예술은 어디까지 자유로울 수 있는가?” 라는 질문으로요.
필립 로르카 디코시아
디코시아는 여전히 세계적인 전시 무대에서 활발히 활동 중입니다. 2024년 함부르크 Deichtorhallen에서 열린 High Noon 전시, Deutsche Börse 사진재단의 Look at Us 전시 등에서 그의 작품이 소개되었습니다. 또한 David Zwirner 갤러리 소속 작가로서 지속적으로 개인전을 이어가며, 동시대 사진의 흐름을 선도하고 있습니다.
많은 젊은 사진가들은 그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Katy Grannan, Alec Soth, Alex Prager 등은 그의 치밀한 연출과 익명적 인물 촬영 방식을 계승하거나 변주했습니다. 이는 그가 단순히 한 시대의 논란을 남긴 작가가 아니라, 새로운 언어를 제시한 예술가임을 보여줍니다.
- 참고링크: https://prometheus-bildarchiv.de/en/series/2024/46/index#:~:text=One of the main topics,be presented in the anniversary
- 참고링크: https://www.deichtorhallen.de/en/ausstellung/high-noon#:~:text=Hall for Contemporary Art 13,2024 — 4 May 2025
- 참고링크: https://www.davidzwirner.com/artists/philip-lorca-dicorcia
논란 속에서 확장된 사진의 자유
필립 로르카 디코시아의 작업은 우리에게 여전히 불편하고, 동시에 매혹적입니다. 그는 사진이 진실을 담보한다는 환상을 깨뜨리고, 연출과 기록 사이의 경계를 흐림으로써 새로운 질문을 던졌습니다.
논란은 그를 따라다녔지만, 그 논란 덕분에 사진은 예술의 자유와 사회적 책임 사이에서 더 깊이 바라볼 수 있지 않았나요?
그의 작품은 오늘날 우리에게 이렇게 묻습니다. “당신이 보는 이 장면은 진짜인가, 아니면 연출된 허구인가? 그리고 그 차이는 정말 중요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