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네 스벤슨의 사생활 침해 고소, 예술 vs 사생활

법정으로 간 사진 한 장

https://arnesvenson.com/the-neighbors.html | 아르네 스벤슨 사진 《The Neighbo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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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봄, 뉴욕 트라이베카의 한 신축 주상복합 건물.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평범한 일상이 누군가의 카메라에 포착되었습니다. 아이와 함께 노는 모습, 창가 앞 소파에서 비스듬이 누워 무언갈 하는 남성, 테이블에 앉아 일을 하고 있는 사람.

https://arnesvenson.com/the-neighbors.html | 아르네 스벤슨 사진 《The Neighbors》
https://arnesvenson.com/the-neighbors.html | 아르네 스벤슨 사진 《The Neighbors》
https://arnesvenson.com/the-neighbors.html | 아르네 스벤슨 사진 《The Neighbors》
https://arnesvenson.com/the-neighbors.html | 아르네 스벤슨 사진 《The Neighbors》

이 장면들을 촬영한 사람은 미국 사진가 아르네 스벤슨(Arne Svenson), 그리고 그 결과물은 연작 《The Neighbors》입니다.

그런데 전시가 열리자마자 일부 주민은 불쾌함과 분노를 감추지 않았어요. 자신들의 집 내부가 동의 없이 촬영되어 갤러리 벽에 걸렸다는 사실은 곧 사생활 침해 고소로 이어졌습니다. 이 소송은 “예술의 자유 vs 사생활 보호”라는, 오래된 질문을 다시 법정 위에 올려놓았습니다.



아르네 스벤슨, 평범하지 않은 경력의 사진가

https://www.nytimes.com/2023/03/03/arts/design/voyeurism-arne-svenson-photographer-danziger.html | 아르네 스벤슨의 모습
https://www.nytimes.com/2023/03/03/arts/design/voyeurism-arne-svenson-photographer-danziger.html | 아르네 스벤슨의 모습

아르네 스벤슨은 1952년 미국 캘리포니아 샌타모니카에서 태어나, 정식 미술 교육보다 심리·교육 분야 경력을 먼저 쌓았습니다. 그는 특수교육(special education)으로 일하다가, 인간 관찰과 기록에 대한 관심이 깊어져 사진의 세계로 들어왔죠.

정규 사진학교를 졸업한 작가들과 달리, 독학으로 사진을 공부한 아르네 스벤슨은 전통적 규칙에 얽매이지 않는 시선을 가졌습니다. 그의 작품 주제는 대체로 인간의 무의식적인 순간, 일상의 틈새에 있습니다.

1994년 《Prisoners》 에서는 교도소 수감자들의 표정을 포착했고, 2015년 《The Workers》에서는 노동자의 손과 몸짓을 기록했습니다. 그러나 그를 세계적으로 유명하게 만든 건 단연 《The Neighbors》입니다.



아르네 스벤슨의 《The Neighbors》, 어떻게 촬영됐나

https://arnesvenson.com/the-neighbors.html | 아르네 스벤슨 사진 《The Neighbors》
https://arnesvenson.com/the-neighbors.html | 아르네 스벤슨 사진 《The Neighbors》

스벤슨의 스튜디오는 트라이베카에 위치한 한 건물 고층부에 있었습니다. 그는 맞은편에 새로 지어진 유리창이 넓게 난 주거 건물을 관찰했고, 망원렌즈를 이용해 주민들의 실내 생활을 촬영했죠.

https://arnesvenson.com/the-neighbors.html | 아르네 스벤슨 사진 《The Neighbors》
https://arnesvenson.com/the-neighbors.html | 아르네 스벤슨 사진 《The Neighbors》


사생활 침해 고소와 법정 싸움

공개된 스벤슨의 사진을 본 주민들은 그에게 소송을 제기 했습니다.

디자인 관련 이미지

1차 소송(2013)

주민 A씨 부부는 뉴욕주 프라이버시법을 근거로 소송을 제기했죠. 이 법은 ‘광고·상업적 목적’의 무단 초상 사용을 금지한다는 내용입니다.

뉴욕 주 대법원(1심 재판부)은 스벤슨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판매 사실이 있더라도, 그것이 ‘광고 목적의 초상 사용’과 동일하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였거든요.

항소심(2015)

원고는 항소했지만, 항소법원 역시 기각 판결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판결문에서 법원은 디지털 시대 프라이버시법의 한계를 지적하며, 입법적 보완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법원이 본 핵심 쟁점

  1. 영리 목적 여부: 사진 판매가 곧바로 ‘상업적 목적’이 되지 않는다. 광고나 홍보에 사용되지 않았다면 예술로 인정.
  2. 표현의 자유 우선: 미국 수정헌법 제1조에 따라, 예술 표현은 강력히 보호된다.
  3. 식별 가능성: 얼굴이나 뚜렷한 식별 요소가 없을 경우, 사생활 침해 판단에서 중요한 완화 요인이 된다.


예술계와 대중의 반응

이 사건으로 인해 예술계와 대중은 두개로 나뉘기 시작했어요.

디자인 관련 이미지


아르네 스벤슨의 예술 철학

https://arnesvenson.com/the-workers.html | 아르네 스벤슨의 《The Workers》
https://arnesvenson.com/the-workers.html | 아르네 스벤슨의 《The Workers》

스벤슨은 인터뷰에서 “예술은 인간의 모습을 낯설게 보이게 만들어, 우리가 익숙하다고 생각한 삶을 다시 보게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사진을 기록이 아닌 질문의 매체로 봅니다. 촬영 대상의 허락 여부보다, 작품이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가 더 중요하다는 입장입니다.

이러한 철학은 《The Neighbors》에서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창문이라는 ‘프레임 속의 프레임’을 통해, 우리는 누군가의 일상을 훔쳐보는 동시에, 타인의 시선에 노출된 우리의 모습을 상상하게 됩니다.


https://arnesvenson.com/the-neighbors.html | 아르네 스벤슨 사진 《The Neighbors》
https://arnesvenson.com/the-neighbors.html | 아르네 스벤슨 사진 《The Neighbors》


국내외 실무적 함의

사진 작업을 할 때는 단순히 좋은 장면을 포착하는 것뿐 아니라, 그 장면이 법적으로나 윤리적으로 안전한지도 함께 고민해야 합니다. 사진가라면 상업 촬영에서 모델 릴리즈(Model Release)를 받는 것은 필수에 가깝습니다. 이 서류 한 장이 훗날 발생할 수 있는 초상권 분쟁을 예방해주죠. 예술 작품이라 하더라도 피사체 동의 없이 전시·판매하면 법적 문제는 없더라도 여론의 비판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한국의 경우는 미국보다 초상권과 개인정보보호법이 훨씬 엄격합니다. 특히 사적 공간이나 특정 인물이 식별될 수 있는 이미지는, 상업 목적이 아니더라도 SNS, 광고, 홍보물에 사용하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표현의 자유보다 사생활 보호에 무게를 두는 국내 법 체계를 감안하면, 해외 사례를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습니다.

또한 전시 기획자라면, 논란 가능성이 있는 작품일수록 작품의 의도와 제작 과정을 충분히 풀어주는 전시 설명이 필요합니다. 관람객이 작가의 시선과 메시지를 이해할 수 있다면, 불편함보다 작품이 던지는 질문과 의미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경계 위에서 걷는 예술

https://arnesvenson.com/abeautifulday.html | 아르네 스벤슨의 《A BEAUTIFUL DAY》
https://arnesvenson.com/abeautifulday.html | 아르네 스벤슨의 《A BEAUTIFUL DAY》

아르네 스벤슨 사건은 “할 수 있는 것”과 “해도 되는 것”의 간극을 보여줍니다. 법적으로 무죄였지만, 사회적 윤리는 여전히 그의 작업을 둘러싸고 갈립니다.

예술은 경계를 시험하는 힘이 있지만, 그 힘이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도록 균형을 잡는 감각이 필수입니다.

《The Neighbors》는 한 편의 작품을 넘어, 디지털 시대에 예술과 사생활이 어떻게 충돌하는지를 보여주는 살아 있는 사례입니다.

당신은 이 경계 위에서 어떤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참고 출처

  1. The New York Times – Were These Photographs Voyeurism, or Art? https://www.nytimes.com/2023/03/03/arts/design/voyeurism-arne-svenson-photographer-danziger.html
  2. Arne Svenson Official Site – https://arnesvenson.com/index.html
  3. Aren Svenson Instagram: https://www.instagram.com/arnesvenson/
  4. Frieze Magazine – Arne Svenson, The Neighbors : https://www.frieze.com/article/arne-svenson